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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고독한 사람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오해한다. 그들은 강하지도 않고 메마르지도 않았으며 혼자 있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늘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는 코코슈카의 잠 못 드는 연인처럼 서로를 껴안은 채 각기 푸른 파도의 폭풍우 속을 떠내려간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해의 5월...

야마다 에이미, 『풍장의 교실』

<풍장의 교실>39쪽 /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인간은 여러 가지가 눈에 보이지만, 그것이 마음속으로 침투하지 않는 한 아무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교실에서 툭 불거진 종기가 되었습니다. 조용히 부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나를 수많은 손톱들이 할큅니다. 이전에 나는 평범한 전학생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찬 ...

요시다 슈이치, 『일요일들』

「일요일의 운세」"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너처럼 살아도 한평생, 나처럼 살아도 한평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형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다바타는 쉽게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행복하냐는 갑작스런 질문에 그리 간단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다바타는 직사광선에 조금 익숙해진 눈으로 해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오늘밤 갑자기 자...

요시다 슈이치,『악인』

197쪽/ 남자들의 다리는 몹시 흉악하고 포악해 보이기도 하고,마음 편히 기댈 수 있을 것처럼 듬직해 보이기도 했다. 스물두세 살 무렵이었을까, 한때는 이렇게 밑단을 접어주는 남자들 중에 미래의 남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묘한 환상을 품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진심으로 그런 기대를 품었다. 그래서 밑단을 잡아주며 ...

파스칼 키냐르, 『세상의 모든 아침』

40쪽/ 이후 목소리가 망가지자 성가대가 약정한 계약서에 따라 거리로 쫓겨났다. 그 일은 아직도 수치스러웠다. 몸을 어디에 둘 줄 몰랐다. 다리와 뺨에 난 잔털이 쭈뼛 곤두섰고, 코끼리처럼 엉엉 울어댔다. 그는 머릿속에 각인된 굴욕의 날을 떠올렸다. 1672년 9월 22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깨에 힘을 실어 성당 현관 금빛 나무문 위에 몸을 기댔다...

권여선, 『푸르른 틈새』

146쪽/ 내 삶은 천재들이 짜내는 조각보 이불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도록 결정된 거야. 147쪽/ 상관적인 동일시는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손은 나와 깊고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손이었다가 다시 나였다가 하는 식으로 즐거운 시소놀이를 하면서 깊고 특수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볼에 닿던 해수의 입술...

파올로 조르다노, 『소수의 고독』

 89쪽/ 사실 그들은 늘 같이 다니지만 이야기는 별로 나누지 않았다. 서로의 침묵에 안도하고 유대감을 느끼며 각자의 심연에 침잠했다.154쪽/ "곧 익숙해질 거야. 나중엔 눈에 보이지도 않을걸.""어떻게? 항상 거기 있을 텐데, 내 눈에 보이는 곳에.""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오히려 안 보이게 될 거야."173쪽/ 소수(素數)는 오직 1과 자...

편혜영, 『서쪽 숲에 갔다』

118쪽/ 마을에서 얼마간 시간을 더 보내면 좀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 그러다 보면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정보들 간의 연관 관계가 점점 더 많아져서 그 관계를 해석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터였다. 그게 다일까. 단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일까. 자료와 정보는 아무리 많아도 자료와 정보에 불과했다. 아무리 많은 정보도 세계의 전부를 ...

살만 루슈디, 『한밤의 아이들 1』

150쪽/ 그래서 아미나는 자신의 근면성을 활용하여 남편을 사랑하도록 자신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마음속으로 남편을 조각조각 해체했다. 그의 신체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하나하나 분해하여 입술, 말버릇, 편견 등으로 구분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남편을 조금씩조금씩 사랑해가겠다고 결심했으므로 일찍이 그녀의 부모가 그랬듯이 아미나도 구멍 뚫...

황정은, 『야만적인 앨리스씨』

22쪽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만일 내가 봤다면.그래 그거. 가엾을 정도로 왕따를 당하다가 감투를 쓰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얘기.그런 얘기냐.남들하고 다르다고 놀림을 당하고 외톨이로 지냈잖아. 그러다가 싼타한테 뽑힌 거잖아. 싼타의 썰매에 묶여 한자리 차지하게 된 거지. 그러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아니야? 루돌프 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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