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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 「돌리」, 『디어 라이프』

308쪽/ 사실 그는 시인이다. 정말로 시인이고, 정말로 말 조련사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한 학기짜리 강의를 맡아왔지만 승마장에 갈 수 없을 만큼 먼 곳으로는 절대 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작품 낭송을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아주 가끔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시를 쓴다는 사실은 강조하지 않는다. 이따금 나는 그런 태도—나는 그것을 부끄러움을 타는 성...

앨리스 먼로, 「기차」, 『디어 라이프』

245쪽 / 물론 잭슨도, 앉아서 책을 쓰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에 책이 존재하는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책이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 그것이 의문이었다. 이미 나와 있는 책들이 있었고, 그것도 아주 많았다. 그는 그중 두 권을 학교에서 읽어야 했다. 『두 도시 이야기』와 『허클베리 핀』. 두 책에 쓰인 언어는...

앨리스 먼로, 「자존심」, 『디어 라이프』

186쪽 / 하지만 그때 이후로 그녀와 나는 서로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집과 관련된 고민이나 결정을 이야기하려고 우리집에 찾아오는 습관이 생겼는데, 고민이 해결된 뒤에도 계속 찾아왔다. 내가 텔레비전을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중독될까봐 두렵다며 텔레비전을 사지 않았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

앨리스 먼로, 「안식처」, 『디어 라이프』

157쪽 / 이모는 음악가들에게 잠시 머무는 것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을 것이다. 연주회가 끝난 후라 피곤할 테고, 그e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다른 타운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이모가 그런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혼자서 이웃 부부를 접대하지 않았을까? 그건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혼자서는 대화를 이끌어나가기 어려울 것...

앨리스 먼로, 「자갈」, 『디어 라이프』ㅇ

140쪽/ 그는 예전보다 키가 더 작아 보였는데, 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어른들은 대체로 그렇다. 숱이 많이 없는 머리를 바짝 깎은 채였다. 그가 내게 커피를 갖다주었다. 그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먹고살았을까? 그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했다. 학생들이 에세이 쓰는 것을 돕기도 했다고. 가끔은 그...

앨리스 먼로, 「메이벌리를 떠나며」, 『디어 라이프』

113쪽 / 병원과 연결된, 재활과 운동에 쓰이는 큰 방들이 있었다. 그가 가는 시간대에는 대체로 그 방들에 아무도 없었다. 장비는 전부 치워져 있고 전등도 꺼져 있었다. 어느 밤,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는 평소와는 다른 길로 건물을 통과해 귀가하고 있었다. 그러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살펴보러 갔을 때 그 방에 아직 누군가가 있었...

앨리스 먼로, 「아문센」, 『디어 라이프』

76쪽/ "걸어왔구나, 그렇지? 엄마는 어디에 계시니?""유커 게임을 하러 갔어요.""집까지 태워다주마. 네가 눈밭에 뛰어들어 버둥거리다 자기연민에 빠져 얼어죽는 꼴을 볼 수는 없으니까."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메리는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작별인사를 하기에는 그 순간의 충격이 너무 큰 것 같았다. 차에 시동 걸리는 소...

앨리스 먼로, 「일본에 가 닿기를」, 『디어 라이프』

 29쪽/ "대체로 저런 식이에요." 로리가 말했다. "몸을 사리지 않아요. 그거 아세요? 많은 배우들이 저래요. 특히 남자배우들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죽은 거나 다름없죠." 그레타는 생각했다.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거의 내내 몸을 사리지. 케이티를 대할 때도 신중하게. 피터를 대할 때도 신중하게. 그녀가 크게 의식하지 ...

은희경,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이따금 고양이와 소년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소년은 높이 쌓아올린 장작더미 안의 비밀 은신처에 들어가 울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세상은 수치심과 절망뿐이다. 소년은 머리 위의 커다란 더미를 버티고 있는 장작 하나를 빼내 무너뜨림으로써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기로 결심한다. 주머니 속의 과자가 기억났으므로 일단 그것을 꺼내서 먹는다. 그런 ...

은희경, 「스페인 도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소영이 처음 맥주를 마신 것은 구 년 전 초여름이었다. 가로수의 연초록 잎들이 바람에 살랑대고 저 멀리 푸른 하늘로 흰 구름이 흘러가고 신도시의 아파드 단지 깊숙이 장미향이 퍼져나가던 날이었다. 소여은 완의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 뒷자리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축구나 키커에는 아무 관심도 없이, 단추가 떨어져나간 교복 앞자락을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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