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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 체,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20쪽/ 그 무엇도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세계는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그는 자신의 경계들이 작은 편린들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희미해진다는 사실을 안다. 23쪽/ 그는 10분 이상 같이 있어도 자신이 참고 견딜 수 있을 인간은 세상을 통틀어 단 한 명도 없다고 확신했다. 이것이 어찌나 큰 오류였던지 오스...

프랑수아 모리아크, <사랑의 사막>

31쪽/  한집에서 밀착해서 살다 보면 식구들은 각자가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그릇된 믿음에 빠지게 된다. 자신은 진심을 털어놓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비밀은 파헤치고 싶은 모순된 욕구를 가지게 된다. 할머니는 며느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그 애는 절대로 나한테 아무 이야기도 안 해. 그래도 나는 그 애 속을 훤히 알지." 타...

가쿠타 미쓰요, 「그와 나의 책장」<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55쪽/ 이게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책장 앞에서 깨달았다. 가전제품이나 CD, 남은 음식 같은 것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월세가 이체되는 통장 잔고나 돌아오는 부금 처리도 척척 해결했다. 그래서 착각했다. 하나켄과 헤어지는 일 역시 이런 분배와 하등 차이가 없는 간단한 것이라고.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책장 한가운...

가쿠타 미쓰요, 「누군가」<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28쪽/ 그런데 왜 하필 가타오카 요시오였을까? 나는 이런 의문을 떠올리며 책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반짝이는 바다와 흔들리는 나무와 천장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선풍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가타오카 요시오가 뭐 어떻다는 게 아니다. 그가 왜 가타오카 요시오를 선택했느냔 거다.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이 책을 펼쳐 놓으면 다른 일본인 여행자가 ...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15쪽/  권태와 감미로움이 내 머리에서 줄곧 떠나지 않는다. 이 알 수 없는 감정에, 슬픔이라는 아름답고 무게 있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나는 주저하고 있다. 내가 거의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그 감정은 아주 완벽하고 이기적이다. 그래서 슬픔은 내게 언제나 고귀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것, 슬픔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권태...

온다 리쿠, <밤의 피크닉>

98쪽/  국도를 끼고 반대쪽에 있는 해산물 기념품 가게의 불빛이 아까까지는 풍경에 녹아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어느 틈엔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고 있다. 세차게 오가는 차의 불빛이 직선의 잔상이 되어 눈에 새겨진다. 바람 냄새에도 밤기운이 떠돌고 있다. 정말로 처량하고 허전한 기분이 되어, 도오루는 바다를 돌아보았다. ...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34쪽/ 남의 눈에 연기로 비치는 것이 나로서는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고, 남의 눈에 자연스러운 나로 비치는 것이 곧 연기라는 메커니즘을 그 무렵부터 나는 희미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75쪽/ 하지만 내 최초의 사랑이 어떤 형태로 종말을 고할 것인지, 내가 희미하게나마 예감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어쩌면 그런 예감이 몰고 온 불...

로베르토 볼라뇨, <2666>-2부

329쪽/ 고독 속에서 롤라는 아말피타노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면서 시간을 죽였다. 편지에서 그녀는 산세바스티안과 그녀가 매일 찾아가던 정신 병원 주변에서 자기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말했다. 그녀는 쇠창살 울타리를 쳐다보면서 시인과 텔레파시로 접촉한다고 상상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근처 숲에서 공터를 찾아 책을 읽거나 아니면 조그만 꽃이나 풀잎을 주워 ...

손보미, <담요>, 『그들에게 린디합을』

23쪽/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동의를 구했다. 그녀의 손은 추위 때문에 빨갛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그들은 장갑조차 없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자는 몸을 최대한 움츠렸고, 남자는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장은 한참 동안 그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들일 거야." ...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사랑에 관하여』, 안지영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14쪽/ 오레안다에서 그들은 교회 가까이에 있는 벤치에 앉아 말없이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아침 안개 속으로 희미하게 얄타가 보였고, 산 정상에는 흰 구름이 미동도 없이 걸려 있었다. 나뭇잎들이 사각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고, 그저 매미들만 소리쳐 울었다. 그리고 아래에서 들려오는 단조롭고 황량한 파도소리는 우리를 기다리는 안식, 영원한 잠에 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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