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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

159쪽/ 현재 당신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데, 그다지 열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가장 정직한 욕망인지 확신하지 못하는군요. 당신은 중산층의 삶에 공포를 느끼지만, 한편으로 중산층의 삶에서 멀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소질이 없다며 넌덜머리를 내고 있는 게 가장 정확한 상태일 겁니다. 이것에 대한 처방은 딱 한 가지입니다. 행...

스티븐 킹, 「호흡법」

331쪽/ 우선 탄생 그 자체도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네. 요즘은 아이들이 태어날 때 아버지가 현장에서 지켜보는 게 유행인데, 이런 유행 때문에 많은 남자들이 내가 보기엔 전혀 느낄 필요가 없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여자들은 마치 앞날을 내다보는 듯 사전에 그 죄책감을 알아차리거나 사후에 알아차리고 잔인하게 악용하기도 해서 탈이...

스티븐 킹, 「시체 The Body (Stand by me)」

"모두가 떠나가고 모든 것이 사라지네.강물이 흘러가듯 근심도 잊히네."—플로베르13쪽/ 제일 중요한 일들은 말하기도 제일 어렵다. 그런 일들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말로 표현하면 줄어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는 무한히 커 보였는데 막상 끄집어내면 한낱 실물 크기로 축소되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제일 중요한 일들은 우리의 은밀한 속마...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134쪽/ "신은 원래 그런 존재야. 신은 비대칭의 사디스트야. 성욕은 무한히 주고 해결은 어렵도록 만들었지. 죽음을 주고 그걸 피해갈 방법은 주지 않았지. 왜 태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살아가게 만들었고.""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어?""없어." 제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제이가 말없...

김성중, 「개그맨」

 한번은 그가 걸인 행세를 하고 나온 적이 있다. 다 떨어진 옷에 가발을 쓴 그는 쉴 틈 없이 사람들을 몰아치며 웃겼다. 세상이 떠나가라 웃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후드득 눈물이 나왔다. 필사적으로 웃음의 그물을 치는 그와 통통한 물고기처럼 왁자하게 입을 벌리고 웃는 사람들의 결합은 이상하리만치 감동적이었다. 사소한 수치심 하나까지도 깊숙이 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사형장으로의 초대』

Comme Un fou se croit Dieu,nous nous croyons mortels.(미친 사람이 자신을 신으로 생각하듯 우리는 스스로를 죽은 자로 간주한다.)—들랄랑드,『그림자에 관한 고찰』55쪽/ 언젠가 어린 시절 원거리 학교 소풍에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떨어져 (아마도 꿈을 꾼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무더운 정오에 졸음에 빠져 있는 ...

김중혁, 「바나나 주식회사」

201쪽)페달을 밟고 있으니 예전에 B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내가 그렇게 물었었다. "어째서 자전거를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B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뒤로 가지 못하잖아." 나는 B의 이야기를 듣고 푸하하, 웃었다. 내가 "그게 다야?"라고 묻자 B는 "그럼 뭐가 더 필요해?"라고 되물었다. B가 죽어버린 지금 다시 생각...

김중혁, 「회색 괴물」

180쪽)아침의 치과는 평온했다. 그 흔한 드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건 마치 전투 직전의 참호 같다. 환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곧장 수술실로 끌려갔다. 간호사는 의견을 묻지도 않고 내 가슴팍에 이상한 천을 하나 둘렀다. 그리고 의자가 천천히 뒤로 젖혀졌다. 진정한 공포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순간의 움직...

김중혁,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99쪽) "삼촌, 그때와 지금은 달라요. 많은 게 바뀌었어요.""아니야. 별로 바뀌지 않았어. 이곳으로 와라. 나와 함께 있자꾸나.""제가 거기 가서 뭘 할 수 있겠어요?""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어떤 때는 공간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바뀌는 법이란다. 네가 할 일은 거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 것뿐이야.""그런다고 뭐가 바뀌겠어요?""내...

김중혁, 「무용지물 박물관」

11쪽) 예술은 일종의 진창과 같아서 한번 발이 빠지게 되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한참 진창을 허우적거리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예술인지 자위행위인지도 분명하지가 않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온몸에 흙탕물이 묻어 있어 어떤 것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예술은 집에 가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집이 사라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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