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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마다 응고지 아디치에 <1번 감방>

도둑질을 하는 소년들은 인기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저녁이 되면 부모의 차를 몰고 나왔다. 운전석 시트는 한껏 뒤로 밀고, 두 팔은 쭉 뻗어서 핸들을 잡은 모습으로. 은나마비아 사건이 있기 불과 몇 주 전에 우리 텔레비전을 훔쳐 갔던 옆집의 오시타는 음침한 분위기를 지닌, 나긋나긋하고 잘생긴 소년이었으며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걸어 다녔다. 그의 셔츠...

유디트 헤르만, <루스(여자친구들)>, 『단지 유령일 뿐』

 13쪽/ 내가 루스를 방문했을 때—그녀의 새로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그녀를 방문하려 했다.—그녀는 역으로 마중 나왔고, 그녀가 나를 보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를 봤다. 그녀는 플랫폼을 따라 걸으며 나를 찾고 있었다. 길고 파란 원피스에, 머리는 올렸고, 얼굴은 빛났다. 몸 전체의 긴장감, 걸음걸이, 머리의 각도와 무언가를 찾...

헤르타 뮐러, <저지대>

33쪽/ 무릎의 살갗이 벗겨져 쿡쿡 쑤시고 아렸다. 너무 아파서 내가 벌써 죽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무서웠다. 하지만 아직 아픈 걸 보니 살아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벌어진 무릎 틈으로 죽음이 들어올까봐 겁이 났고, 그래서 얼른 손바닥으로 상처를 덮었다.그리고 아직 살아 있었기에 증오를 느꼈다.35쪽/ 밤마다 두려움이 잠을 쫓아내면, 나는 침대에서...

앨리스 먼로, <반전>, 『런어웨이』

358쪽/ 연극이 끝나면 그녀는 시내까지 걸어가 강을 따라 걷다가 너무 비싸지 않은 식당이 나오면(대개는 샌드위치 집이었다), 카운터 자리의 높은 의자에 앉아 혼자 식사를 했다. 그러고 나면 집으로 가는 7시 40분 기차를 잡아탈 수 있었다. 그게 다였다. 그 몇 시간으로 그녀는 자신이 돌아가려는 보잘 것 없고 불만족스러운 삶이 일시적인 것일 뿐이고, ...

앨리스 먼로, <열정>, 『런어웨이』

/245쪽  이번 탐험에 나서면서 그레이스가 정말로 찾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최악은 그저 자신이 찾고 있던 것으로 착각한 것을 찾고 마는 것일지도 몰랐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 가려진 창문, 집 앞의 호수, 집 뒤에 있던 단풍나무와 삼나무와 길레아드 발삼나무 숲. 완벽한 보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과거, 모두 그레이스...

앨리스 먼로, <침묵>

208쪽/ 어느덧 퍼넬러피의 사진은 모조리 침실로 추방당했다. 웨일 베이를 떠나기 전 그린 연필 그림과 크레용 그림 다발, 갖가지 책, 여름 동안 맥도날드에서 일해서 난생처음 번 돈으로 줄리엣을 위해 샀던 선물인 프렌치 프레스가 달린 유럽식 1인용 커피메이커도 함께 쫓겨났다. 냉장고에 붙이는 소평 플라스틱 선풍기같이 아파트를 장식하라고 사다 준 충동적인...

앨리스 먼로, <머지않아>

188쪽/ 줄리엣이 차 쟁반을 가지러 방에 들어갔을 때, 엄마는 자고 있었다. 어쩌면 자는 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엄마는 잘 때와 꾸벅꾸벅 졸 때와 깨어 있을 때, 이 모든 상태를 구분 짓는 경계가 하도 미묘하고 가변적이어서 어떤 상태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어쨌거나 엄마는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줄리엣이니?" 줄이엣이 나가려...

앨리스 먼로, <우연>

 106쪽/ "제가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그건 당연한 겁니다.""하지만 실수라고 생각하신다면서요." 웃음이 잦아든 줄리엣이 말을 이었다. "죄책감이 사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내 생각엔……." 남자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이런 일은 사소한 일이라는 겁니다. 살다 보면 온갖 일이 일어나죠. 십중팔...

앨리스 먼로, <런어웨이>

12쪽/ 이번 여름은 비가 지겹게 내렸다. 아침에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가 이동식 주택의 지붕 위를 시끄럽게 때리는 빗소리였을 정도로. 길은 진창이 되었고 길게 자란 풀잎은 물을 머금고 있다가 폭우가 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먹구름이 끼지도 않은 때에 시도 때도 없이 물벼락을 내렸다.31쪽/ 식물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여학생들은 더러 있...

가쿠타 미쓰요, 「그와 나의 책장」<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55쪽/ 이게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책장 앞에서 깨달았다. 가전제품이나 CD, 남은 음식 같은 것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월세가 이체되는 통장 잔고나 돌아오는 부금 처리도 척척 해결했다. 그래서 착각했다. 하나켄과 헤어지는 일 역시 이런 분배와 하등 차이가 없는 간단한 것이라고.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책장 한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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