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 <우연> 단편소설 기록


 106쪽/ "제가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실수라고 생각하신다면서요." 웃음이 잦아든 줄리엣이 말을 이었다. "죄책감이 사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내 생각엔……." 남자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이런 일은 사소한 일이라는 겁니다. 살다 보면 온갖 일이 일어나죠. 십중팔구 오늘 일은 우습게 보일 정도의 일들도 일어날 겁니다. 물론 죄책감을 느끼게 될 일도 일어날 거고요."
"하지만 그건 흔해 빠진 말이 아니던가요.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한테 하는? 연장자랍시고 '언젠간 생각이 달라질 거야. 두고 봐.' 그렇게들 말하죠. 마치 상대에게는 진지한 감정을 느낄 권리도, 능력도 없다는 듯."
"감정이라……나는 경험을 말한 건데요."
"하지만 죄책감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고 있잖아요. 남들처럼. 정말 그런가요?"
"그거야 나도 모르죠."
 그들은 이 주제를 놓고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을지언정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 가끔씩 지나가던 사람들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토론을 우연찮게 듣게 되었을 때 으레 보이는 반응을 보였다. 즉 깜짝 놀라거나 심지어 언짢아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줄리엣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비록 죄책감 같은 감정들이 공개적인 삶과 사적인 삶에 모두 필수적인 감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꽤 훌륭하게, 그 순간 자신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즐기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앨리스 먼로, <우연>, 『런어웨이』 , 황금진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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