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 「산딸기」,『사랑에 관하여』 단편소설 기록


 사실 딸기는 딱딱하고 시었습니다. 하지만 푸시킨이 말한대로 '진리의 어둠보다는 우리를 고양시키는 기만이 더 소중'한 법이죠. 저는 그때 오래된 꿈을 너무도 명백하게 이룬 행복한 인간을 보았습니다. 삶의 목표를 이루고 원하는 것을 얻어 자기 자신과 운명에 만족한 인간을요. 인간의 행복에 관한 제 생각은 왜 그런지 늘 무언가 슬픈 것과 뒤섞여 있었는데, 그 행복한 인간을 보면서 절망에 가까운 힘겨운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특히 밤에는 더 힘들었어요. 동생의 침실과 나란히 있는 방에 제 잠자리를 준비해주는 바람에 그 녀석이 자지도 않고 일어나 산딸기 접시 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딸기를 집어 먹는 소리가 제 방에까지 들렸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스스로에게 만족한 행복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그건 얼마나 억압적인 힘인가! 우리 인생을 한번 돌아보세요. 힘 있는 자들의 뻔뻔함과 게으름, 약한 사람들의 무지와 야만성, 주위를 가득 채운 상상하기도 힘든 가난, 비좁음, 장애, 방탕, 위선, 거짓……. 그런데도 모든 집과 거리는 고요하고 평안하죠. 도시에 사는 5만 인구 중 단 한 명도 이런 현실 때문에 비명을 지르거나 큰 소리로 흥분하지 않으니까요. 음식을 사러 시장에 가고 낮에는 먹고 밤에는 자고 쓸데없는 소리들을 지껄이고 결혼을 하고 늙어가고 죽은 친척들을 순순히 묘지에 묻어주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에요.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어요. 삶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은 어딘가 무대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무대 위는 고요하고 평온하죠. 그저 말 없는 통계만이 몇 명이 미쳤고, 몇 양동이의 술을 마셔치웟고, 몇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죽었다며 저항하고 있죠……. 어쩌면 분명 그래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행복한 사람이 평안한 건 불행한 사람들이 말없이 자기 짐을 지는 덕분이라는 게 명백하니까요. 불행한 사람들이 침묵하지 않으면 행복이란 불가능하겠죠. 이게 전체적인 가설입니다. 만족을 느끼며 행복하게 사는 모든 인간의 문 뒤에 작은 망치를 들고 서서 계속 두드려대며, 이 세상에는 불행한 인간들이 있고, 그가 지금 아무리 행복해도 삶이 언젠가는 자기 발톱을 드러내 병, 가난, 상실 등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지금 그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듯이, 아무도 그의 불행을 보거나 들을 수 없게 될 거란 점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망치를 든 사람은 없고, 행복한 사람은 자기 식대로 살아가는 거죠. 사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듯 일상의 소소한 걱정거리들이 그를 조금은 동요시키겠지만, 모든 게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흘러가죠.
 그런데 그 밤에 말이죠, 난 나 역시 만족하고 행복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톤 체호프, 「산딸기」,『사랑에 관하여』, 안지영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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