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꿈』 책 기록


 55쪽/ 그저께 밤 나는 두 번째로 당신의 꿈을 꾸었습니다. 우편 배달부가 당신의 등기 편지 두 통을 가져왔는데, 그는 증기기관의 피스톤이 착착 움직이듯 현란하고도 정확하게 팔을 놀려서, 내 양손에 편지를 각각 한 통씩 올려 주었습니다. 신이여, 그것은 마법의 편지였습니다. 아무리 많은 편지지를 봉투에서 꺼내도, 봉투는 결코 비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나는 층계 가운데에 서서 다 읽은 편지리를 층계 바닥에 던져야만 했는데, 그게 나쁜 행동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편지리를 봉투에서 더 꺼내야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했스빈다. 마침내 층계는 위쪽과 아래쪽 모두 편지지로 산을 이루며 뒤덮여 버렸습니다. 느슨하게 쌓인 종이 더미가 경쾌하고도 요란하게 바스락거렸습니다.
펠리체 바우어에게.


 63쪽/ 당신이 우리의 베를린 생활에 대해서 써 보내자마자, 나는 그에 관한 꿈을 꾸었습니다. 아주 많은 꿈을 꾸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꿈은 이제 단지 슬픔과 행복감이 뒤섞인 그런 감정으로 변하여 내 안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함께 좁은 골목길을 산책했습니다. 길가의 모습은 기이하게도 프라하의 구시가지 환상(環狀) 도로와 비슷했습니다. 시간은 저녁 6시가 지났습니다(꿈을 꿀 때의 실제 시간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팔짱을 끼지는 않았지만, 팔짱을 낀 사람들보다 더욱 가까이 나란히 걸었지요.


 64쪽/ 창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나는 산산이 조각난 생각의 파편 속에서, 15분 동안 끊임없이 창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면 열차들이 나타났지요. 열차는 선로에 누운 내 몸 위로 한 대 한 대 차례로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목과 다리와 절단된 상처를 점점 더 크고 깊게 벌려 놓았습니다.


 89쪽/ 오늘 아침, 잠에서 깨기 직전, 사실상 그건 잠든 직후이기도 한데, 나는 너무도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공포스럽다고까지는 할 수 없는(다행히도 꿈의 인상은 빠르게 휘발되어 버리니까요.) 즉, 오직 기분 나쁠 뿐인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내가 약간이라도 잠을 잔 것은, 사실 그 꿈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그런 꿈에서 깨어나려면 일단은 꿈이 끝까지 진행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 전에는 안간힘을 써도 도중에 빠져나올 수가 없ㅅ브니다. 꿈은 혀끝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니까요.


 114쪽/ 미지의 정원에 들어가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다. 들어서는 입구에서 몇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지만, 결국 문 앞에서 한 남자가 반쯤 몸을 세우고는 짙은 녹색 표를 옷핀으로 내 단춧구멍에 꽂아주었다. "무슨 훈장 같군요"하고 나는 농담을 건넸따. 하지만 남자는 마치 진정시키려는 것처럼, 말없이 내 어깨를 짧게 두드리기만 했다—그런데 무엇으로부터 진정을 시켜야 했단 말인가?—그와 나는 눈길을 한 번 교환함으로써, 내가 지금 정원 안으로 들어서도 좋다는 암묵의 동의를 나누었다. 그러나 안으로 몇 걸음 옮기던 중, 나는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되돌아가려고 했는데, 몸을 돌리자 그 자리에는 거친 천의 누르스름한 갈색 여행용 외투를 걸친 키 큰 여자가 서서 탁자 위에 놓인 조그만 동전들을 세고 있었다. "그건 당신 거요." 내 불안을 눈치챈 듯한 그 남자가 허리를 깊이 숙인 여자의 머리 너머로 나를 향해 외쳤다. "내 것이라고?" 나는 어리둥절해서 이렇게 되물으면서, 혹시 내 뒤의 누군가에게 한 말은 아닌가 하며 돌아보았다. "항상 이런 사소한 게 문제로군." 그때 잔디밭으로부터 나타나 내 앞쪽을 천천히 가로질러 다시 잔디밭으로 가던 한 신사가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당신 입장료지요. 당신 말고 누구 것이겠소? 여기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입장료를 대신 내주는 방식이니까요." 묻지도 않은 내용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알려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아무의 입장료도 대신 내주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누구 입장료를 대신 내주겠다는 말입니까?" 신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했다. 어찌 됐든 나는 여자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이런 사정을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자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여자의 외투가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멀어져갔다. 커다란 여자의 모습 뒤에서 모자에 달린 푸르스름한 베일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이사벨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군요." 산책을 하던 한 사람이 내 곁에 서서 마찬가지로 여자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다시 말했다. "저 여자가 이사벨라랍니다."



프란츠 카프카, 『꿈』, 배수아 옮김, 워크룸 문학 총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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