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완, 「팽—부풀어 오르다」 단편소설 기록


 누가 내게 형과 형의 체조를 동시에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고요했다고 말하고 싶다. 형은 산을 옮기는 사람처럼 조용하고, 치열하게 체조를 했다. 내 생각엔, 그는 체조를 사랑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형에게 직접 그 말을 듣지 못했다.
 형이 죽었다. 나는 신축한 지 세 달도 되지 않은 빌딩의 누수를 탐지하고 있었다. 천장에서 샌 물이 건물 외벽을 타고 흘러 곰팡이가 피어버린 벽을 바라보며 나는, 담담한 목소리의 형수를 통해 형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모든 누수는 징조를 동반한다.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분명히 징조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징조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중략…)

—운동을 시작하고 한 번도 마음껏 먹은 적이 없어?
—아니, 대회가 끝나면 회식이라는 걸 해. 합숙하면서 먹고 싶었던 것들을 마구 시켜서 먹는 자리지. 합숙을 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는 게 일종의 낙이거든. 그런데 잔뜩 시켜만 놓고, 먹는 둥 마는 둥 해.
하고 형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들과 아주 친밀한 기분으로 살았어. 설명하자면 가족적인 기분으로. 하지만 가족적이라는 것도 단순한 경쟁의 일부였어. 거기서 마음껏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포기였으니까. 곧 동정과 걱정 어린 시선을 받거든. 
 형은 허풍을 떨면서 자신의 훈련을 과장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식사하는 내내, 입으로 먹을 것을 가져가는 형의 손을 봤다. 하루에 열 시간 넘게 철봉에 매달려 있었을 손은, 복잡한 굴곡을 가지고 있었다. 물이 새기 전, 어떤 징후를 드러내는 천장처럼, 반드시 징후를 동반하는 것들이 있다. 징후는 보통 사실과는 다른 근육을 가지고 있다. 햇살이 맑은 날 꼭 우산을 챙기고 싶은 마음, 그게 적중하지는 않더라도 그 당시에는 꼭 무언가를 예감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징후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는 것, 타인에게 이례를 요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징후를 예감하는 사람은 외롭다. 실제로 형이 내게 전화를 했을 때, 나는 어떤 징후를 예감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 형의 체육관으로 찾아갔을 때, 형은 두 방향이 거울로 된 벽 귀퉁이에 선 채로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형은 내가 체육관에 들어선 것도 전혀 모르고 굳은 얼굴로 몇 초에 한 번씩 얼굴을 찌푸렸다. 형의 몸은 더욱 부풀어 이제 한눈에 봐도 뚱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길을 가는 사람에게 저 사람이 한때는 체조 선수였다고 말하면, 단번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어.
 나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퍼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야 그 패턴이 물이 떨어지는 속도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형은 30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 라고 생각했다. 형의 숨소리가 우리가 사는 여기,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 미세한 떨림이 내게 전해졌다. 어디서 무엇이 조용히 흔들렸다.

(…중략…)


—둘이 그 기술에 미쳐 있었던 거 알죠?
— 알고 있어요.
— 덕호 씨가 먼저 그 기술을 시도했었나 봐요. 큰 대회에서, 거의 성공했는데, 아무도 몰랐대요.
 유리창 건너편으로 옆방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섞인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었어요.
 형수가 말했다.
—무서웠다고, 그러더라고요.
—뭐가요?
—완성되고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내가 형의 전화를 받고, 체육관으로 갔을 때, 체육관은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했었다. 깊은 밤의 실내 체육관은 그래서 그런지 잔잔하면서 서글펐다. 그 적막 속에 앉아 있는 형이, 정확하게는 형의 등이 보였다. 형은 꼭 노을을 구경하는 사람처럼 마룻바닥에 앉아 철봉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복잡한 생각을 해야 저런 등을 가질 수 있을까, 나는 형에게 걸어가며 생각했다. 내가 형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 진동이 느껴졌다. 폭우가 내리는 들판에 선 나무가지처럼, 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왔니?
 형이 얼굴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여줄 게 있어서.
 형은, 내게 앉으라고 말하고, 철봉 앞에 섰다. 기도를 하는 사람처럼 숙연한 얼굴로 그가, 힘껏 뛰어 철봉에 매달렸다. 형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의 팔은 겨울을 견디고 있는 고목같이 단단하고, 고단해 보였다. 형이 몸을 몇 번 흔들다가 철봉과 직선으로 섰다. 그리고 몇 바퀴 돌더니, 양팔을 꼬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모든 동작들은 정교하고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다. 숨막히게 고요한 체육관은 형이 매달린 철봉이 진동하는 소리로 작은 틈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형은 몇 초에 한 번씩 자세를 바꾸며,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형이 괴로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 번도 지상에 발을 닿은 적이 없는 사람처럼, 철봉을 오가던 형이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그러더니, 사뿐히 철봉에서 손을 놓고 바닥에 내려섰다. 그는 무덤덤한 찬 표정으로 철봉에서 내려와 손에 묻은 송진가루를 털어냈다. 말없이 나를 지나쳐, 라커룸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샤워도구를 챙겨 라커룸에서 나온 형이 내게 현관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샤워를 마치고, 로비에서 기다리는 내게로 다가왔다. 그가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얹었을 때, 그 손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오랜 가뭄을 겪은 땅처럼 균열로 가득찬, 단단해서 더 연약해 보이는 손이었다. 내가 좋았다고 말했을 때 그의 미간이 움직였다. 찰나, 내가 형의 동생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포착하지 못할 어떤 것이 지나갔다.


 —천정완, 「팽—부풀어 오르다」, 『젊은 소설 2012』, 문학나무


덧글

  • 그리고 축제 2012/11/08 18:05 # 답글

    어, 이거 전에 한번 지나가다 읽은 기억이 나네요.
  • 오롯 2012/11/09 18:13 #

    좋지요. 저로서는 간만에 읽는 몹시 인상적인 단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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