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붉은 거리(2006) 영화

*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씁쓸함과 아픔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여주인공 재키가 클라이드를 용서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붉은 거리>는 내 예상처럼 여성의 성적 착취와 관련된 영화가 아니었으며 내 기대처럼 한편의 통렬한 복수극도 아니었다. 이 영화에는 만화나 헐리우드영화처럼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클라이드는 초반에는 아주 비열하고 야비하며 야만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며 그가 살고 있는 레드 로드(Red Road) 또한 더럽고 지저분하며 저속한 공간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영화가 점차 진행될수록, 재키와 클라이드 간의 접촉이 계속될수록 재키의 눈을 통해 나타나는 레드 로드와 클라이드의 모습도 달라져간다. 클라이드의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고 레드 로드에 살고 있는 클라이드의 친구들에게서도 그들만의 속사정 같은 이야기가 얼핏 비추어진다.
재키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감시하듯이- 계속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뒤를 추적한다. 그리고 끝내 복수에 '성공'하지만 그녀는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이 6년 동안 지나간 과거의 기억을 떨치지 못했던 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해 살인자가 된 클라이드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 때문이었음을. 그녀가 클라이드에게 느끼고 있던 분노는 과거의 자신에 대한 분노였음을. 재키는 계속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를 클라이드에게 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재키는 자신을 용서하면서 클라이드에 대한 복수를 거의 다 성공했음에도 포기한다. 그리고 과거는 과거로서 흘려가 보낸다. 그렇게 하면서 재키는 자신을 해방시킨다. 그러니 어쩌면 그 감시 카메라는 재키 자신에 대한 억압의 시선은 아니었을까.

(+) 사실 '감시 카메라 오퍼레이터'라는 재키의 독특한 직업 때문에 판옵티콘과 관련하여 감시 체제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상징성이 두드러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덧붙여서. 영화 소개를 아주 꼼꼼이 읽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클라이드가 '우연히', '실수로' 재키의 가족을 죽인 범죄자라는 것을 몰랐는데 클라이드가 '우연한' 범죄자라는 사실이 우울했다. "죄인에게도 이유나 속사정은 있다"라는 것이 구구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클라이드에게는 한번 제대로 만나지도 못한 어린 딸이 있는데 나는 그에게 그러한 '인간적인 면'이 부여되는 것이 공연히 억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의 다층적인' 면,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기 위해 그러한 기법을 썼을 것이고 그러한 점을 모두 이해한다. 그리고 클라이드에게 그러한 점이 부여되고 재키가 복수를 포기하게 되는 것, 그리고 과거를 놓아버리고 '방향을 전환'하여 보다 자신을 위한 삶을(마지막 부분에 편안한 신발을 찾게 되는 재키의 모습) 찾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작품성을 높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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