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바나나 주식회사」 여운


201쪽)
페달을 밟고 있으니 예전에 B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내가 그렇게 물었었다. "어째서 자전거를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B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뒤로 가지 못하잖아." 나는 B의 이야기를 듣고 푸하하, 웃었다. 내가 "그게 다야?"라고 묻자 B는 "그럼 뭐가 더 필요해?"라고 되물었다. B가 죽어버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B가 자전거를 좋아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자전거란 인생을 닮아 있었다. 뒤로 갈 수 없는, 뭐랄까, 전진할 수밖에 없는 삶의 비애랄까, 뭐 그런 게 닮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런 얘기를 B에게 했더라면 "웃기지 마, 그냥 뒤로 가지 못하는 게 좋을 뿐이야. 인생이나 뭐 그런 것과 비교하진 말라고"라며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하긴, 인생이나 뭐 그런 구차한 것과 비교할 필요 없이 한쪽 방향으로밖에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긴 한다. 페달을 뒤로 밟는다고 해서 자전거가 뒤로 가는 것은 아니다. 뒤로 갈 필요도 없고 뒤로 갈 수도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게 인생이 아닌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는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김중혁, 「바나나 주식회사」, 『펭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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